호모폴리넬라는 다른 지구 구성 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. 이 지구에서 삶을 지속하기 위해, 살아남기 위해 다른 종과 함께 살기를 택했다. 게다가 그러한 진화의 이유는, 환경 문제 그리고 그것과 연결되는 식생활 루틴의 변화였다. 기존의 인류가 부과한 과업같은 것, 즉 지금의 인간이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부분인 것이다.
이러한 이유로 호모폴리넬라의 신체는 단지 인간의 몸만이 아니라 지구의 역사성을 내포하고 있는 복합적인 신체로 인식될 수 있다. 그래서 호모폴리넬라라는 개체의 몸은 단순히 몸이 아니다. '다양한 물질의 창발적 효과'가 일어나는 공간 속/관계 속 '신체'가 된다. 호모 폴리넬라는 인간에서 진화한 생물체이지만, 과연 그것이 인간인가라는 질문을 야기한다. ‘갖고 태어난’ 것들에 대한 인위적 조작으로, (2022년의 기준에서)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능력을 갖추었으며, 그에 따라 흔히 인간이라 인식하던 외양과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.
이러한 변화는 하나의 거대한 시대 흐름으로 국가의 주도 하에 진행되었다. 불가피하게 자발적인 세대 교체라고 볼 수도 있다. 그러한 점에서도 호모폴리넬라의 몸은 기관으로서의 신체가 된다. 안과 바깥의 경계로써의 신체가 된다. 그리고 위에서 말했던 지구의 여러 담론들이 축적된 신체가 된다.
(후략)
글 | 문채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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벌써 2년째 전 세계를 마비시키는 바이러스. 예상치도 못한 순간 창궐한 COVID-19는 인간이 어려움 앞에서 얼마나 무자비해질 수 있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. 우리는 근거 없는 인종차별, 이에 따른 폭행, 버려진 마스크에 다리가 잘린 작은 새들을 목격했다.
얄루의 호모 폴리넬라 프로젝트는 우리가 겪은 이 팬데믹의 경험에서부터 본격화되었다. 이번 전시에서는 사이버펑크(cyberpunk)적 요소를 기반으로 비디오 맵핑이나 미디어 파사드 등 다양한 미디어 작업을 선보이는 얄루의 작업 중 2020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호모 폴리넬라 프로젝트의 이야기를 펼쳐낸다. 얄루는 이번 전시에서 벽과 창문 이곳저곳을 부유하는 민달팽이와 해조류의 형상을 호모 폴리넬라 생태계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일종의 디오라마(diorama)로 정의한다.
얄루의 작업은 인간중심주의적이고 휴머니즘적인 시각을 탈피한다. 포스트휴먼의 모델로서 제시된 호모 폴리넬라는 신체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의문시하며 고 전적 휴머니즘의 가정을 파기한다. 얄루는 고전적 ‘인간’의 범주에 들지 못하던 타자를 포스트휴먼의 몸 안으로 끌어들인다.
이러한 전회는 다가올 미래에 인류가 가져야 할 새로운 윤리의 가능성을 엿보게한다. 얄루가 제안하는 포스트휴먼―호모 폴리넬라―의 모습은 기존의 인간중심적이던 인류세의 시각을 상쾌하게 전환시킨다. 새로운 인간, 이것이 다가올 우리 지구 공동체의 새로운 윤리를 만들어 줄 희망의 실타래가 될지 모른다!
글 | 김서영
Homo Paulinella the lab installation at Onsu, Seoul
as part of a group show [Body Manual].